내가 울고 웃는 사이
by chrimhilt
산수 형제
오늘 엘레베이터에 초등학교 4학년 이하로 보이는 어린 형제가
나와 함께 탔다.

동생: 형, 우리 집 사려면 돈 얼마나 있어야 해? 십억만원?
형: 십억이겠지 십억만원이 뭐야.
동생: 응 십억 있어야 돼?
형: 몰라.
동생: 그럼 우리 아파트 전체(한 동을 말하는 것 같음) 사려면
얼마나 있어야 돼?
형: ....15곱하기 8하면 120이니까 120에다가 십억 곱해봐.
동생: 십억이면 천만원이 몇개 있어야 돼?
형: 100개
동생: 다 곱하면 얼마야?
형: ...몰라?
동생: 집에가서 종이에다 해보자
형: 응
나: ...................


(참고로 저희 아파트 10억 아닙니다)
by chrimhilt | 2006/08/18 01:13 | 일상잡담 | 트랙백 | 덧글(4)
캐리비안의 해적2 - 망자의 함
(스포일러 미포함)

나는 '캐리비안의 해적' 전편에서 마치 잘 짜여진 무용담이나 동화책을 읽은 듯 흐뭇한 기분을 느꼈었다. 하지만 '캐리비안의 해적2 - 망자의 함'(이하 '망자의 함')은 일종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그러니까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다. 게다가 최대한, 어떻게 해서든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각종 이벤트를 잔뜩 끼워넣어 비쥬얼적인 서비스가 투철한- 그리고 무지하게 긴 영화가 되었다.

사실 '캐리비안의 해적'은, 관객들의 기대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마치 디즈니 만화 영화를 보러가는 것처럼 '캐리비안의 해적'에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 간다. 굳이 기대를 갖는다면, 그것은 영화의 예술성이나 메시지 같은 것?아니라 이 여름용 영화가 얼마나 화려한 화면과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일까 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망자의 함'은 꽤나 성공적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볼거리를 짧은 스토리 안에 너무 쑤셔넣어 다소 지루한 감이 있기는 했지만, 그 대신 화려한 모험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했다. 따라서 빈약한 스토리와 개연성 없는 선후 구조, 그리고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자체에 대해서는 정작 설명이 부족한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논하지 않기로 하자.

나는 '망자의 함'에서, 1편보다 잭 스패로우의 비중이 더 늘어났다고 느꼈다. 1편은 전형적인, 그러니까 사랑하는 연인이 있고, 그들의 모험을 돕는 해적 잭이 있는 옛 이야기같은 스토리였다. 하지만 '망자의 함'은 좀 다르다. 이야기는 잭을 전면에 내세우며, 따라서 영화에서 가장 활약해야 하는 존재는 잭이다.

1편에 비해 많은 성장을 했다고 평가받은 캐릭터인 윌 터너는 사실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 훌륭한 검객으로서 전통적인 영웅적인 면모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웅은 이야기의 중심인 잭에 의해 활약의 상당부분이 좌절된다. 그는 수시로 기절하거나 발이 묶이며(주로 활약을 해서는 안될 장면에서 그렇다)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는 것은 언제나 잭 스패로우다. 그는 비범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지만 전통적인 영웅상과는 거리가 있는 존재로, 말하자면 현대적인 인간상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의리에 불타지도 않고 정의에 몸바치지도 않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행동한다. 스스로 밝혔듯, 그에겐 '명예따윈 상관없다'.

아무튼, 영화가 '다음 회에 계속' 하는 식으로 끝났으니 후편의 내용을 예상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엘리자베스 스완은 좀 순진한 데가 있는(현재까진) 약혼자가 감당하기엔 조금 버거운 상대지 싶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랑과 낭만이 살아 숨쉬는 모험 영화이므로, 그 두사람이 불화를 일으킨다거나 찢어지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 그 둘은 1편의 결말처럼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하는 것이다.

아무튼 재미있게 잘 봤다. 특수효과는 뭐 더 말할 것도 없이 대단했다.

별점:★★★
 
by chrimhilt | 2006/08/04 01:59 | 각종 예술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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